국내 연구진이 상온과 상압 환경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초전도 물질,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세계 과학계가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상온 초전도체는 과학계의 오랜 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가 없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국내 민간연구회사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이석배 대표와 한양대 오근호 명예교수가 지난달 22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인 ‘아카이브’에 올린 논문이 논란의 시작입니다. 논문에 제시된 방법이 이론적 가능성이 있다는 미 국립 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발표돼 더욱더 주목받고 있습니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인 물질로, 전기와 관련된 기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상태입니다. 특히 상온 상압 초전도체는 현대 재료과학과 응용물리학의 '성배'로 꼽힐 뿐 아니라 개발에 성공하는 즉시 노벨상 받을 수 있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핵융합, 양자컴퓨터, MRI(자기공명영상), 가속기 등 최신 연구장치에도 초전도체가 핵심으로 가장 중요한 부품입니다.
해외 주요 외신은 물론이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반인들도 이번 연구의 실체를 두고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습니다. 초전도체 연구가 이렇게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미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진은 고려대 연구진이 최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발표한 초전도체 'LK-99' 제조방법에 대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 이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면서 관련 결과를 1일 아카이브에 공개했습니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올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국내 연구진이 이미 특허청에 관련 특허 4건을 신청했습니다. 이중 1건은 승인을 받아 특허권이 발생한 상황입니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낸 특허 중 심사가 완료된 특허의 이름은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의 제조방법 및 그 화합물’입니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초전도체를 포함해 기존 비저항보다 훨씬 더 낮은 비저항 특성을 발휘할 수 있는 초전도체 포함 저저항 세라믹화합물의 제조방법 및 그 화합물에 관한 것”이라고 기술을 설명했습니다. 연구소는 초전도체를 포함한 저저항 세라믹화합물의 제조방법을 설명한 뒤 “임계온도가 약 40도 정도인 초전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소는 이후에도 2021년 8월과 2021년 12월, 지난해 8월에 초전도체 관련 특허를 신청했습니다. 신청 때마다 조금씩 내용이 달라졌는데, 가장 최근에 신청한 특허명은 ‘상온, 상압 초전도 세라믹화합물 및 그 제조방법’입니다. 초전도체를 ‘포함하는’ 저저항 세라믹화합물에서 조금 더 발전한 형태인 것입니다. 다만 아직은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입니다.
현재 전 세계 연구소들이 LK-99 검증연구에 나선 상황으로, 이번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같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1차적인 검증단계입니다.
하지만, 매년 초전도체 관련 노문은 엄청난 양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이번 발표를 두고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전문가도 많이 있습니다.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는 가장 역사가 긴 미국 국립 연구소로, 물리, 에너지, 양자과학 등을 연구하는 4000명가량의 연구원을 두고 있습니다. 물리학상 7명, 화학상 4명 등 노벨과학상 수상자 11명을 배출하고,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기관입니다. 이에 앞서 마이클 노먼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사이언스에 "전 세계 물리학자들이 한국 연구진이 논문에서 주장한 것들을 검증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진위가 일주일 안에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니드 그리핀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재료과학부문 박사는 LK-99에서 구리 원자가 결정 구조로 침투해 납 원자를 대체함으로써 결정이 변형되고 0.5% 수축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전자구조에 변화가 일어나 초전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전자의 조건과 위치가 형성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세계 각국 대표적인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LK-99를 연구를 하는 상황으로, 일부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학도 LK-99를 재현해 마이스너 효과를 확인했다는 보고를 1일 내놨습니다. 마이스너 효과는 특정 물질이 적절한 온도에서 초전도 상태가 되고 자기장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입니다.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이 허술함에도 세계 과학자들이 앞다퉈 실험에 나선 이유는 초전도체가 갖는 미지의 특성 때문입니다. 초전도 현상은 네덜란드 과학자 카메를링 온네스가 지난 1911년 최초로 발견했는데, 당대 천재 과학자였던 알버트 아인슈타인조차 초전도 현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초전도체 현상을 이론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했지만 특정한 물체를 아주 낮은 온도로 냉각했을 때 저항이 0이 되는 ‘현상’은 분명히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초전도체를 많이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브랜드 마티어스는 초전도체를 찾는 5가지 경험적 규칙을 제시하고,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이론 물리학자들을 멀리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이후 50여 년이 지나서야 초전도체 이론을 설명하는 ‘BCS 이론’이 등장했습니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못해도, 명백한 현상이 관측된다면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국내 초전도 재료과학자인 김찬중 박사가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명한 베드노르츠와 뮐러의 초전도체 논문 발표 과정도 그랬습니다. 김 박사는 “베드노르츠와 뮐러의 논문은 허술하고 간단했습니다. 그들도 반신반의했는지 논문 제목을 ‘아마도 초전도성’이라고 했다”며 “이후 일본에서 실험을 재현하고 물질의 결정구조를 밝혀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초전도체 발견을 이야기하려면 ‘재현성’이 있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다른 연구진이 초전도체를 만들어낸다면, 이론적으로 설명되지 않아도 초전도체를 발견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한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는 이번 연구결과가 아카이브에 공개된 것은 권영완 고려대 연구교수가 임의로 한 것으로, 권 연구교수는 회사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있다가 몇 달 전 그만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또 연구결과를 정리해 정식 학술지에 보낸 상황으로 동료 평가를 통해 검증받을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초전도체 발견을 인정받으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 특정 온도 아래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어야 할 것
- 들어오는 자기장을 밀어내는 ‘마이즈너 효과’가 일어날 것
- 초전도체가 아닌 시점에서 초전도체로 변할 때 상전이가 일어날 것.
(*상전이란: 특정 온도에서 원자의 배열이 바뀌지 않지만 전자의 상태가 변하는 현상. 예를 들어, 물은 0도에서 얼음이 되고 100도에서 수증기가 되지만 물의 분자구조는 변하지 않는다. 비슷하게 초전도체도 특정 온도에서 겉으로 보기에 그대로 있는 것 같지만, 전자들의 상태가 변하며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된다. 물질의 원자나 이온이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는지 ‘결정구조’를 분석해 제기하는 것은 초전도체의 상전이가 일어나는지 살펴보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한국 연구진의 상온 초전도체 발견은 다른 연구진의 ‘재현’ 여부에 따라 진위가 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공식 트위터에서 “이 논문의 이론적, 배경적 논의는 너무 순진해서 우리 대학교 학부 프로젝트라면 F를 주었을 정도다”라고 혹평하면서도 말미에 “이 트윗은 논문의 실험적 주장을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이런 주장은 실제 실험을 통해 검증되어야 한다”라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었습니다.
상온 상압 초전도체 개발 최종 성공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주식 시장에서는 초전도체 관련주들은 이미 빠르게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엔지니어 기술 자료 > 기술 검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 교육에서 VR과 AR이 교육을 어떻게 변화 시키고 있는가? (0) | 2023.12.04 |
---|---|
실리콘에서 회로까지: 반도체 8대 핵심 공정 마스터 하기 (0) | 2023.12.03 |
보청기 기술 및 시장 동향 (0) | 2022.10.28 |
3D 프린터 비교 분석 (0) | 2022.10.25 |
메타버스 산업 및 시장 분석 (2) | 2022.10.24 |
댓글